"형이니까 참아." 이 말, 한 번쯤 들어봤거나 직접 뱉어본 적 있지 않으신가요? 그런데 저는 묻고 싶습니다. 과연 그 말이 형제 사이를 더 돈독하게 만들었는지. 사남매 중 하나로 자라면서 엄마의 그 한마디가 쌓이고 쌓여 결국 어디선가 터지는 장면을 너무 많이 목격했습니다. '형이니까'라는 말은 해결책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유예된 분노였습니다.요즘 형제 둘을 키우는 가정도 드물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는 부부가 늘어나는 시대에, 형제 관계에서 사회성을 배우는 기회 자체가 줄어드는 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는 두 아이를 키우며 매일 심판 자리에 서야 하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그 자리가 얼마나 고단한지, 이 글이 조금이나마 실마리가 됐으면 합니다. 정당..
아이가 태어나던 날, 저는 그저 건강하게만 자라주기를 바랐습니다. 울음소리에 맞춰 이유를 찾고, 함께 울기도 했습니다. 배고픔인지, 졸림인지, 그 미세한 차이를 하나씩 익혀가던 그 시간이 지금도 선명합니다. 그런데 그 아이가 자라면서 저도 모르게 바람이 하나씩 늘어갔습니다. 정리 정돈, 학습 습관, 운동, 예능까지. '이 모든 게 다 너를 위한 거야'라는 말을 반복하는 사이, 아이와 저 사이에는 조금씩 벽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언제부터였을까요. 저는 분노가 나쁜 것이라고만 여겼고, 화를 내지 않으려 이를 악물었습니다. 그런데 그 악물림이 오히려 더 큰 폭발로 돌아오는 날이 반복됐습니다. 분노조절보다 먼저 알아야 할 것, 분노존심리학에서 말하는 '분노존(Anger Zone)'이란, 특정 환경 조건이 갖춰..
국내 청소년 인터넷·게임 과의존 비율은 2023년 기준 약 40.1%로,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출처: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수치를 접하는 순간, '이게 남의 일이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실제 상담 현장에서 마주한 사례들을 돌아보면, 이 숫자가 결코 과장이 아님을 체감하게 됩니다. 코칭 전략 없이 감정으로 대응할 때 생기는 일아이가 새벽까지 게임을 하고 학교를 빠지는 상황. 많은 부모가 선택하는 첫 번째 방법은 눈물과 호소입니다. "제발 좀 줄여줘", "엄마가 이렇게 속상한데 왜 그러니"라는 방식입니다. 이 접근이 효과가 없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감정 호소는 상대에게 논리적 설득이 아닌 감정적 부담만 전달하기 때문입니다.실제 상담 사례를 보면, 이런 방식으로 수년간 대응해온 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저도 오랫동안 그 말을 믿었습니다. 그런데 상담을 하다 보면 그 믿음이 조금씩 흔들리는 순간이 옵니다. "칭찬받는 게 힘들어요"라고 말하는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솔직히 처음엔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됐습니다. 칭찬이 왜 힘들다는 건지. 그런데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나서야 알게 됐습니다. 그들은 칭찬을 받아온 게 아니라, 평가를 받아온 것이었습니다. "잘했어"에 숨은 평가의 문제우리가 가장 자주 쓰는 칭찬 한마디가 있습니다. "잘했어." 직접 겪어보니, 이 말은 생각보다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평가란, 어떤 기준을 가진 판단자가 결과를 놓고 점수를 매기는 행위입니다. "잘했어"에는 반드시 판단자가 존재하고, "잘"의 기..
"엄마 친구 아들은 말이야…" 이 문장 하나만 들어도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봤다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웃음이 나오면서도 동시에 어딘가 찜찜한 그 느낌. 저도 상담 현장에서 이 문장과 수없이 마주쳐 왔습니다. 문제는 이 말이 단순한 비교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좋으라고 한 말인데 관계는 오히려 점점 멀어집니다. 왜 그럴까요. 엄친아 비교가 아픈 이유: 행동이 아닌 존재를 건드린다상담을 하다 보면 비교 경험을 가진 분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잘해도 늘 부족한 사람 같았어요." 말하는 쪽의 의도는 분명합니다. 더 잘됐으면 하는 마음, 조금 자극을 주고 싶은 마음, 더 노력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래서 아주 구체적으로, 아주 세밀하게 비교를 합니다. 그런데 듣는 쪽에서 일어나는 일은..
솔직히 이건 제가 상담 현장에서 거듭 목격하고 나서야 실감한 이야기입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저는 그 말이 얼마나 긴 시간을 담고 있는지를 먼저 생각합니다. 아무 노력 없이 통하는 관계는 없습니다. 그 말 뒤에는 반드시 쌓인 시간이 있습니다. 이심전심이 시작되는 자리이심전심이라는 말을 많은 분들이 오해합니다. 여기서 이심전심이란 상대의 마음을 초능력처럼 읽어내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신뢰가 쌓인 관계에서 작은 행동 하나에도 긴 맥락이 담기는 상태를 말합니다. 텔레파시가 아니라 관계의 역사입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 차이를 모르면 관계에서 계속 같은 실망을 반복하게 됩니다. "왜 말 안 해도 모르지?"라는 물음이 결국 상대를 향한 서운함으로 굳어집니다. 수십 년을 함께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