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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저도 오랫동안 그 말을 믿었습니다. 그런데 상담을 하다 보면 그 믿음이 조금씩 흔들리는 순간이 옵니다. "칭찬받는 게 힘들어요"라고 말하는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솔직히 처음엔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됐습니다. 칭찬이 왜 힘들다는 건지. 그런데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나서야 알게 됐습니다. 그들은 칭찬을 받아온 게 아니라, 평가를 받아온 것이었습니다.

    잘했어! 엄지 척

     

    "잘했어"에 숨은 평가의 문제


    우리가 가장 자주 쓰는 칭찬 한마디가 있습니다. "잘했어."

    직접 겪어보니, 이 말은 생각보다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평가란, 어떤 기준을 가진 판단자가 결과를 놓고 점수를 매기는 행위입니다. "잘했어"에는 반드시 판단자가 존재하고, "잘"의 기준이 존재합니다.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자연히 "못했어"가 됩니다.

    문제는 이 구조가 반복될 때 생깁니다. 잘하면 인정받고, 못하면 인정받지 못한다는 도식이 머릿속에 굳어지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상담실에서 만난 분들이 "실망시키면 안 될 것 같아요"라고 말할 때, 그 배경에는 대부분 이 구조가 깔려 있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조건부 긍정적 존중(Conditional Positive Regard)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조건부 긍정적 존중이란,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만 타인에게 인정과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심리적 경험을 말합니다. 칼 로저스가 제시한 개념으로, 이 경험이 반복될수록 사람은 자신의 내면보다 타인의 평가에 더 의존하게 됩니다. ([출처: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https://www.apa.org/topics/positive-negative-reinforcement))

    과정 칭찬이 만드는 다른 결과


    저는 상담을 통해 반대의 사례도 여러 번 목격했습니다. 초등학생 아이가 있었는데, 선생님이 그 아이의 그림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색을 참 다양하게 사용했네."
    "구름 표현이 재미있다."
    "이 부분은 네 생각이 잘 드러난 것 같아."

    여기서 과정 칭찬이란, 결과나 재능이 아니라 그 사람이 실제로 한 행동, 기울인 노력, 보여준 태도를 구체적으로 짚어주는 방식을 말합니다. 선생님은 "잘 그렸어"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무엇이 좋았는지를 말해줬습니다. 그 아이는 그날 이후 그림을 더 많이 그리기 시작했는데, 실력이 갑자기 늘어서가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행동이 발견됐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 차이가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꽤 큽니다. 스탠퍼드 심리학자 캐럴 드웩의 연구에 따르면, 지능이나 재능을 칭찬받은 아이들보다 노력과 전략을 칭찬받은 아이들이 어려운 과제 앞에서 더 오래 버티고 더 높은 성취를 보였습니다. ([출처: Mindset Works, Carol Dweck Research](https://www.mindsetworks.com/science/))

    과정 칭찬의 예시를 몇 가지 들자면 이렇습니다.

    - "오늘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구나."
    - "발표 준비를 정말 꼼꼼하게 했네."
    - "어려운 상황인데도 침착하게 이야기했구나."
    - "동생을 먼저 챙겨 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

    이런 표현들은 결과 대신 과정을, 성과 대신 태도를 봅니다. 그리고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발견합니다.

    칭찬 종속이 만드는 조용한 굴레


    그때 느낀 건, 칭찬이 사람을 망가뜨리는 방식이 생각보다 조용하다는 것입니다. 어릴 때부터 "우리 아들은 똑똑해", "넌 항상 1등 해야지", "역시 너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구나"라는 말을 들으며 자란 사람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겉으로는 누가 봐도 성공한 삶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제게 한 말이 잊히질 않습니다. "저는 사랑받는 건지, 성과 때문에 인정받는 건지 모르겠어요."

    여기서 칭찬 종속이란, 칭찬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이 원하는 삶 대신 타인이 기대하는 삶을 살아가는 심리적 상태를 말합니다. 실수가 두렵고, 실패하면 사랑받지 못할 것 같고, 성적이 떨어지면 자신의 가치 자체가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 이것이 칭찬 종속의 실제 모습입니다.

    칭찬이 처음엔 힘이 됩니다. 그런데 "넌 최고야", "넌 특별해"처럼 존재 자체에 자격을 부여하는 형태의 칭찬은 시간이 지나면서 굴레가 됩니다. 계속 최고여야 하고, 계속 특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 굴레 안에서 사람은 자기 자신이 아닌 칭찬이라는 기준점을 향해 살아가기 시작합니다.

    비교와 칭찬, 결국 같은 뿌리


    정리하면, 독이 되는 칭찬과 비교는 겉모양은 다르지만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비교는 밖을 바라보며 평가하는 것이고, 독이 되는 칭찬은 안을 바라보며 평가하는 것입니다. 두 가지 모두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판단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반면 건강한 칭찬은 다릅니다. "나는 당신 안에서 이런 좋은 점을 발견했습니다"라는 메시지에 가깝습니다. 존재에 자격을 부여하지 않습니다. 행동을 인정하고, 노력을 발견하고, 다시 도전할 힘을 줍니다.

    건강한 칭찬과 평가형 칭찬의 차이를 한눈에 보면 이렇습니다.

    - 평가형: "넌 정말 대단해." / "역시 네가 최고야."
    - 발견형: "네가 이번에 보여준 이 부분이 참 좋았어." / "그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은 점이 인상적이야."

    칭찬의 목적은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 안에 있는 가능성을 비춰주는 것입니다.

    우리는 칭찬을 너무 적게 한다고 걱정하곤 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제 다른 질문을 먼저 합니다. 우리가 칭찬이라고 믿어온 말들이, 실은 평가는 아니었을까. 그 말 한마디가 누군가를 성장시켰는지, 아니면 조용히 칭찬에 종속시켰는지. 말을 건네기 전에 그것 하나만 먼저 생각해 봐도 꽤 많은 것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