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시절, 반에 유독 눈에 띄지 않는 친구가 하나 있었습니다. 말수가 적고, 여자아이 같다는 이유로 간간이 놀림을 받기도 했던 그 아이는 늘 수동적이었습니다. 반 아이들 사이에서 누구와 다투는 일도 없었고, 특별히 친한 친구가 누구인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성적이 어떤지조차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만큼 존재감이 옅었습니다. '저 아이는 원래 저런 애야'라고 모두가 당연하게 여겼을 겁니다. 그런데 그 아이가 달라지는 데는 단 한 번의 경험으로 충분했습니다. 자존감이란 무엇인지, 그것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그 사건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효능감 — "나는 할 수 있다"는 감각이 무너질 때자존감(self-esteem)은 흔히 "나 자신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로 정의됩니다. ..
아이가 수업 시간에 자꾸 딴짓을 한다는 담임 선생님의 연락을 받은 날, 저는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설마 우리 아이가?' 하는 마음과 '그래도 이상하다 싶긴 했어' 하는 마음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집중하는 시간이 눈에 띄게 짧고, 사소한 말 한마디에 대성통곡을 쏟아내는 아이를 보며 '이게 기질인지 훈육의 문제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습니다. 당시 둘째까지 낳은 직후라 도움받을 손길도 없었고, 남편은 밀린 빨래나 청소를 타박하기 바빴습니다. 하루를 마감할 기운조차 없었고, 솔직히 다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 무렵 우울로 생사의 기로에서 헤매던 한 젊은 엄마의 이야기가 떠오르는 건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ADHD 진단기준, 산만함과 어떻게 다른가ADHD, 즉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t..
아침마다 같은 장면이 반복됩 니다. 어린이집 앞에서 아이가 울고, 부모는 달래다 지쳐 결국 선생님께 떠밀다시피 맡기고 돌아서는 그 뒷모습. '오늘도 이렇게 보냈구나.' 하는 죄책감이 하루 종일 따라다닙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있습니다. 이 아이가 정말 '문제 있는 아이'인 걸까요, 아니면 제대로 된 접근법을 아직 만나지 못한 걸까요.예민한 아이의 등원 거부, 퇴로 확보가 먼저입니다등원 거부가 반복되는 아이를 둔 부모라면 대부분 같은 시도를 해봤을 것입니다. 타이르고, 달래고, 때로는 단호하게 밀어붙여 보기도 했겠지요. 그런데 검토 결과, 이 모든 시도가 역효과를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해당 아이들의 심리적 구조를 먼저 이해하지 않은 채 행동만 바꾸려 하기 때문입니다.예민 기질, 즉 ..
마을에 효자와 불효자가 살고 있었습니다. 불효자는 어느 추운 겨울날, 어머니의 거친 기침소리를 듣고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며칠을 효자의 집 주변에서 관찰한 뒤, 똑같이 따라 했습니다. 식사 자리에서 어머니보다 먼저 음식에 손을 댔고, 이불 속에 먼저 들어갔습니다. 그랬더니 어머니는 오히려 더 큰 실망에 사로잡히고 말았습니다. 효자는 음식의 온도가 입맛에 맞는지 확인하려 먼저 먹었던 것이고, 차가운 이불을 체온으로 먼저 데워 두려 먼저 들어갔던 것이었는데 말입니다. 겉으로 드러난 행동은 완전히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의도와 역동은 전혀 달랐습니다. 오늘 이야기하려는 아이도 꼭 그랬습니다. 교실에서 선생님을 가장 힘들게 하는 아이가, 사실은 선생님을 가장 좋아하는 아이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암기왕 선발대회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주산왕, 타자왕 대회도 있었고요. 저는 그 시절을 교육자이자 부모로서 온몸으로 통과했습니다. 학원 복도는 항상 빽빽했고, 공영 TV 프로그램에서는 이런 기술들이 마치 미래를 준비하는 생존법인 양 요란하게 다뤄졌습니다. 정규 교과 과정에까지 편성됐을 정도였으니까요. '이걸 잘하면 살아남겠구나.'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 목록들을 하나씩 꺼내 AI 앞에 내밀어보면 단 하나도 견줄 수 없습니다. 불과 두세 세대 만에 농경사회에서 AI시대로 급변한 세상 앞에서,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혼란스럽습니다. 온통 카오스에 갇힌 듯한 이 감각, 이 글을 읽는 분들도 분명 낯설지 않을 겁니다.미래 리터러시: AI가 대체할 수 없는 역량의 실체현재 교육 시스템..
솔직히 고백하겠습니다. 저는 매일 아침 아이에게 "그렇게 신으면 안 돼, 이렇게 신어야지"라고 말하는 부모였습니다. 신발 방향 하나, 손 쓰는 방식 하나까지 교정하려 들었습니다. '이게 다 아이를 위한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검토 결과, 이 믿음은 절반만 맞았습니다. 실제로는 아이가 스스로 불편함을 감지하고 수정할 기회를 체계적으로 차단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교육학에서는 이를 '자기조절학습(self-regulated learning)' 능력의 조기 억압으로 분류합니다. 여기서 자기조절학습이란 학습자가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과정을 점검하며 수정해 나가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이것이 바로 AI가 대체하기 가장 어려운 인간 고유의 역량입니다.입시 중심 교육이 AI 시대에 무너지는 구조적 이유일반적으로 많은 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