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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저는 처음 이 아이를 만났을 때 공격성 문제를 먼저 의심했습니다. 유치원 선생님에게 상담 요청이 들어왔고, 친구들을 반복적으로 깨무는 아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도 일반적인 판단 경로를 따라갔습니다. 그런데 몇 번의 만남이 이어지면서 뭔가 어긋난다는 느낌이 왔습니다. 이 글은 그 어긋남을 따라간 기록입니다.

     

    공격성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


    30년 가까이 상담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온 저는 공격성이 강한 아이에게서 나타나는 패턴을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 여기서 공격성이란 타인에게 의도적으로 해를 가하거나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물리적·언어적 힘을 쓰는 행동 경향을 말합니다. 이런 아이들은 보통 자신의 요구가 거절될 때 강하게 반응하거나, 친구를 밀치거나, 화를 주체 못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런데 이 아이는 달랐습니다. 오히려 사람을 좋아했습니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즐겼고, 동생들도 잘 챙겼습니다. 선생님의 관심을 받고 싶어 했고, 공격하려는 의도 자체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깨무는 상황도 싸움이나 다툼이 아니라 반가운 친구를 만날 때, 신이 나거나 흥분할 때, 좋아하는 동생을 볼 때였습니다.

    상담에서는 이런 불일치를 중요하게 봅니다. 행동 자체보다 행동이 나타나는 맥락이 핵심 단서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질문을 바꿨습니다. "왜 공격적인가?"가 아니라 "왜 깨물었을까?"로.

     

    사랑 표현이 만들어진 과정

    친구에게 사랑표현하는 아이


    부모 상담에서 결정적인 장면이 나왔습니다. 아버지가 웃으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아이가 너무 예뻐서 가끔 안고 '앙~' 하면서 깨물어요." 그 순간 퍼즐 조각이 맞춰졌습니다.

    아버지는 아이를 품에 안고, 볼을 비비고, 장난스럽게 깨무는 흉내를 내며 애정을 표현해왔습니다. 아이는 그 시간을 통해 "아빠가 나를 정말 사랑하는구나"를 느꼈고, 그 표현 방식 자체를 사랑의 언어로 학습했습니다. 여기서 사랑의 언어란 개인이 애정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체득한 행동 패턴을 뜻합니다. 게리 채프먼의 이론에서 출발했지만 실제 상담 현장에서는 훨씬 구체적인 형태로 나타납니다.([출처: 한국상담심리학회](https://www.counselors.or.kr))

    문제는 아버지는 힘 조절이 가능한 어른이라는 점입니다. 아프지 않게 장난을 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린아이는 그 차이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아이가 친구에게 깨물었을 때 친구들이 울고 부모 민원이 생긴 것은 이 간극 때문이었습니다. 아이는 나쁜 의도가 없었습니다. 아빠에게 배운 방식으로 좋아하는 마음을 전했을 뿐입니다.

    유아기 행동 학습과 관련해서 미국소아과학회(AAP)는 만 2~4세 아동의 깨무는 행동 상당수가 공격성이 아닌 감정 표현의 미숙함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합니다.([출처: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https://www.healthychildren.org/English/ages-stages/toddler/Pages/Aggressive-Behavior.aspx))

     

    행동 수정보다 먼저 한 것


    저는 아이를 혼내는 대신 새로운 방법을 가르치는 방향을 택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행동 수정이란 문제 행동을 단순히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 행동의 기저에 있는 욕구를 인정하고 사회적으로 적절한 대체 행동을 함께 학습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아버지와 충분히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설명했습니다.

    - "아빠가 하는 깨물기는 아빠만 할 수 있는 특별한 사랑 표현이야."
    - "친구들에게는 다른 방법으로 사랑을 표현해야 해."
    - 포옹하기, 하이파이브하기, 손잡기, 칭찬 말하기를 차례로 연습했습니다.

    아이는 생각보다 빠르게 받아들였습니다. 원래부터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의 욕구 자체가 컸던 아이였기 때문입니다. 표현 방법만 바뀌었을 뿐, 사람을 향한 마음은 그대로였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선생님들의 이야기도 달라졌습니다. 친구를 깨물던 아이가 친구를 안아주기 시작했고, 누군가 힘들어하면 먼저 다가가 위로하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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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행동만 보고 "공격적인 아이"로 판단했다면, 아이는 계속 혼나고 자신의 사랑이 나쁜 것이라는 메시지를 받았을 것입니다. 상담 현장에서 오래 일하다 보면 문제 행동이 사실은 이해해달라는 메시지인 경우를 자주 만납니다. 행동 뒤에 어떤 마음이 있는지를 먼저 묻는 것, 저는 그게 좋은 어른과 좋은 부모가 되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아이가 깨무는 대신 포옹하는 법을 배웠던 것처럼, 변화는 판단보다 질문에서 먼저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