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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를 달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혹시 "빨리 그치게 하는 것"이라고 답하셨다면, 저도 한때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 생각이 오히려 상황을 더 꼬이게 만든다는 걸 깨닫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명절이나 가족 행사가 있어야만 겨우 나서게 되는 부모님 댁 방문길. 저는 도착이 가까워질수록 반가움보다 불안함이 앞섰습니다. 자다 깬 아이들이 짜증을 내고 울기 일쑤였고, 진땀을 흘리며 달래다 엄포도 놓아봤지만 효과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렇게 그토록 원했던 좋은 분위기의 만남은 시작부터 엉망이 되기를 반복했습니다.

     

    우는 아이 모습


    도착 10분 전이 만남의 질을 결정합니다



    상담을 요청한 한 내담자도 저와 비슷한 상황을 털어놓았습니다. 현관문을 노크하는 순간, 기다리고 기다리던 어른들의 기대감이 최고로 증폭된 상태에서 울고 짜증 난 아이를 데리고 들어서는 그 순간이 가장 괴롭다고 했습니다. 어른들 뵙기가 민망하고, "아이들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애써 웃으며 변명을 늘어놓아 보지만 그런 모습이 오히려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드는 것 같다고 한숨부터 내쉬었습니다.

    저는 먼저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고 했습니다. 곤히 자고 있을 때 아이의 욕구 가운데 무엇이 충족되고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안전과 건강이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렇다면 갑자기 깨어났을 때 그 욕구가 침해되거나 좌절되지는 않았겠냐고 다시 물었더니, 그럴 수 있겠다는 답이 나왔습니다.

    여기서 욕구 좌절이란, 충족되고 있던 기본적인 필요가 외부 요인에 의해 갑작스럽게 끊기는 상태를 말합니다. 아이에게는 수면이라는 욕구가 채워지다가 강제로 중단된 것이고, 그 상태에서 낯선 공간과 어른들을 마주하게 되니 울음과 짜증은 사실 당연한 반응이었던 겁니다.

    그래서 나온 해결책이 바로 도착 10분 전 전환 시간이었습니다. 휴게소에 들러 아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먹이거나, 잠깐 몸을 움직이게 해서 잠을 쫓아주는 것입니다. 새로운 욕구 충족을 통해 좌절된 욕구를 회복시켜 주는 이 과정이 핵심이었습니다. 실제로 적용해 보고 돌아온 내담자는 효과적이었다고 전해왔습니다.

    이 개입 방식은 윌리엄 글래서의 선택 이론(Choice Theory)을 기반으로 합니다. 선택 이론이란, 인간의 모든 행동은 생존, 사랑과 소속, 힘, 자유, 즐거움이라는 다섯 가지 기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는 관점입니다. 아이의 울음도 외부에서 강제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욕구를 회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때 자연스럽게 해소된다는 뜻입니다.

    ([출처: William Glasser Institute](https://www.wglasser.com))

     

    아이만 달랠 것이 아니라, 어른의 기대감도 조율해야 합니다



    내담자와 대화를 이어가다 뜻밖의 말이 나왔습니다. 어른들의 기대 상황을 조금 낮추면 어떻겠냐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무슨 의미인지 몰랐는데, 설명을 들으니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현관문을 두드리는 순간, 오랫동안 기다려온 어른들의 기대감이 폭발적으로 올라와 있는 상태라는 겁니다. 그 기대의 시선이 오히려 아이에게, 그리고 부모에게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아이들에게 전환 시간을 주는 그 10분 동안, 부모님께도 "몇 분 후 도착합니다"라는 예령을 드리는 것입니다. 여기서 예령이란, 상대방이 심리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미리 신호를 주는 행위를 말합니다. 기다림의 농도를 조금 낮춰 드리는 것이지요.

    이 단순한 문자 한 통이 만남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동발달 연구에서도 환경 전환 시 예측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이 아이뿐 아니라 양육자의 스트레스 반응도 줄여준다고 봅니다. ([출처: 한국아동학회](https://www.childkorea.or.kr))

    실제로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적용했을 때 달라지는 순서는 이렇습니다.

    - 도착 10~15분 전, 휴게소나 근처 공간에 잠시 들러 아이에게 좋아하는 간식이나 활동을 제공합니다.
    - 그 사이 부모님께 "곧 도착합니다"라는 짧은 예령 메시지를 보냅니다.
    - 아이가 어느 정도 컨디션을 회복한 상태에서 현관문을 두드립니다.

    여기서 핵심은 CT-chart 개념입니다. CT-chart란, 선택 이론을 기반으로 한 상담 도구로서 개인의 욕구 상태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도식화해 마음을 읽어내는 과정을 말합니다. 상담 현장에서 이 도구를 활용하면, 겉으로 드러난 행동 뒤에 있는 욕구를 통역해 낼 수 있습니다. 아이의 울음이 단순한 투정이 아니라 욕구 좌절의 신호라는 걸 부모가 읽어낼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행복하고 반가운 만남이 서로 불편하고 힘든 어색한 만남으로 끝나버리는 일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아이의 행동을 통제하려는 시도보다 아이의 마음을 통역하려는 시도가 먼저입니다. 저도 그 순서를 바꾸고 나서야 비로소 도착 전 가슴 두근거림의 의미가 달라졌습니다. 불안함이 아니라, 조금은 설레는 반가움으로 바뀌는 그 작은 변화가 가능했습니다. 상대의 마음을 조금만 들여다볼 수 있다면, 그리고 자신의 마음도 조금만 들여다볼 수 있다면, 어떤 문제도 스스로 풀어낼 힘이 이미 우리 안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