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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을 키우다 보면 종종 '이 아이 왜 이러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놀이 하나를 해도 반드시 이겨야 직성이 풀리고, 장난감 하나를 들면 어느새 무기가 되어 있고, 그림 한 장 그리다가 울음이 터집니다. 문제는 그 행동 자체가 아니라, 그 행동을 바라보는 어른의 시선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상담 현장에서도 "우리 아이는 승부욕이 너무 강해서 문제예요"라고 호소하는 보호자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검토 결과, 상당수는 승부욕이 과한 것이 아니라 감정 조절 능력이 아직 발달 중인 상태, 즉 정서 조절 미숙(emotional dysregulation)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오늘은 아들 교육에서 자주 방향을 잘못 잡는 세 가지 개념을 중심으로, 좀 더 정확한 시선을 가져가는 방법을 살펴보겠습니다.

     

    아들 교육, 공격성

     

    승부욕, 억압보다 조절이 먼저입니다

    제가 아들과 엄마가 함께 놀이하는 장면을 지켜본 적이 있습니다. 처음엔 평화로웠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게임에서 밀리기 시작하자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급기야 "엄마, 그건 반칙이야!" 하고 규칙 자체를 바꾸려 들었습니다. 딸을 키울 때는 이런 장면이 드물었기에 처음엔 당황스러웠습니다. '이 아이가 왜 이렇게 이기는 것에 집착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게 솔직한 심정이었습니다.

    밖에서 또래들이 달리기를 하는 장면을 보았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 아이가 질 것 같자 큰 소리로 코스를 바꾸더니 결국 자신이 일등을 차지했습니다. 서로 맞다 아니다를 놓고 옥신각신하는 장면이 한참 이어졌습니다. '상처투성이 일등보다 행복한 꼴등이 낫지 않을까.' 어른인 저는 그런 생각을 했지만, 아이들 세계에선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개념 하나를 짚어야 합니다. 바로 정서 조절 미숙(emotional dysregulation)입니다. 여기서 정서 조절 미숙이란 자신의 감정 상태를 상황에 맞게 조정하는 능력이 아직 발달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합니다. 승부욕 자체는 경쟁적 동기(competitive motivation)로서 인간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원입니다. 문제는 그 에너지를 어떻게 다루느냐이지, 에너지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아닙니다. 발달심리학 관점에서도 경쟁적 동기는 아동의 과제 지속성과 성취 욕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출처: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실제로 한 보호자분이 "우리 아이가 보드게임을 하다가 질 것 같으면 룰을 바꿔서라도 이기려 한다"고 하셨을 때, 저는 이렇게 여쭤봤습니다. "그때 어떻게 반응하셨나요?" 대부분의 대답은 "이기는 게 전부가 아니라고 타일렀어요"였습니다. 그런데 이 접근의 문제는 아이의 승부욕 자체를 나쁜 것으로 규정한다는 점입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내가 이기고 싶다는 마음이 잘못된 거야?'라는 혼란이 생길 수 있습니다. 올바른 접근은 승부욕을 느끼는 것 자체는 자연스럽다는 사실을 인정하되, 그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에 한계를 알려주는 것입니다.

    • 감정 자체를 부정하는 대신, 감정과 행동을 분리해서 가르친다.
    • "이기고 싶은 마음은 당연해. 그런데 규칙을 바꾸는 건 안 돼"처럼 구체적으로 구분한다.
    • 과열됐을 때는 잠깐 멈추고, 조절한 뒤 다시 시작하는 루틴을 반복 훈련한다.
    요약: 승부욕은 억압 대상이 아니라 조절 대상입니다. 감정과 행동을 구분해서 가르치는 것이 핵심입니다.

     

    공격성, 본능과 행동을 구별해야 합니다

    딸과 아들의 놀이 방식은 확연히 다릅니다. 딸은 꾸미고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놀이를 즐겼습니다. 반면 아들은 장난감을 들면 어느새 그것이 무기가 되고, 엄마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려 합니다. 처음엔 무기를 하나 만들었다가 그것으로 해결이 안 되면 또 다른 무기를 꺼내고, 목소리도 점점 커집니다. 엄마가 "처음 규칙대로 있는 것만 써야 해"라고 하면 아이는 쉽게 승복하지 않습니다. '이게 왜 이렇게 격해지는 거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장면을 다른 각도에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아동발달 분야에서는 남아의 공격적 놀이 성향을 후천적 학습이나 미디어 노출의 결과로만 해석하지 않습니다. 기질(temperament)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여기서 기질이란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행동 및 반응의 패턴으로, 환경보다 앞서 형성되는 기본 성향을 말합니다. 실제로 남아가 여아에 비해 신체적 놀이 및 거친 놀이(rough-and-tumble play)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발달심리학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 사실입니다(출처: CDC 아동 정신건강).

    실제 사례를 보면, 그림을 그리다가 자꾸 전쟁 장면이나 괴물이 등장하면 어머니들이 "왜 항상 싸우는 것만 그려?"라고 반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순간 아이는 자신의 자연스러운 표현 욕구가 틀렸다는 신호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성향의 소거가 아니라 은폐입니다. 엄마 앞에서 보여주는 모습과 친구들 앞에서 보여주는 모습 사이의 간극이 넓어질수록, 아이를 가르치기는 점점 어려워집니다. 이것이 이중자아(split self-presentation)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정확한 접근 방향은 공격적인 놀이와 공격적인 행동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입니다. 싸움 놀이를 즐기는 것은 기질로 수용하되, 실제로 상대를 때리거나 위협하는 행동은 명확하게 제한해야 합니다. 이 두 가지를 하나로 묶어 통째로 금지하면, 아이의 정체성 일부를 부정하는 결과가 됩니다. 아이가 자신의 성향을 건강하게 인식하고 조절할 수 있도록 도우려면, 어른이 먼저 그 성향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합니다.

    요약: 공격적 놀이 성향은 기질의 일부일 수 있습니다. 성향 자체를 부정하기보다, 놀이와 행동을 구분해 가르치는 것이 올바른 방향입니다.

     

    열등감, 억압이 아닌 성장의 신호입니다

    아이가 그림을 그리다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을 본 적이 있습니다. 머릿속에서는 완벽한 포켓몬이 그려지는데, 손에서 나온 결과물은 전혀 달랐던 겁니다. 그 갭이 아이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좌절로 느껴졌을 것입니다. "그럴 것 같으면 그리지 마"라는 말이 반사적으로 나오는 상황, 어른 입장에서는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그 말이 실제로 어떤 결과를 만드는지 살펴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아이가 짜증을 낼 때 어른이 더 큰 짜증으로 눌러버리면,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내부에서 조절하는 경험을 하지 못합니다. 이것이 반복되면 감정 조절의 아웃소싱(outsourcing of emotional regulation)이 일어납니다. 여기서 감정 조절의 아웃소싱이란 자신의 감정 상태를 스스로 다루지 못하고 외부 자극에 의존해서만 진정시키려는 패턴을 의미합니다. 이 패턴이 고착되면 이후에 더 강한 외부 자극이 없으면 감정이 가라앉지 않는 상태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벽을 치거나 자해에 가까운 행동으로 자신의 감정을 누르려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그렇다면 열등감 자체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이 부분이 가장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열등감(inferiority complex)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부정적인 어감을 가지고 있지만, 발달 맥락에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아이가 처음 기다가 걷고 싶어지는 것, 그 마음의 출발점이 바로 이상과 현실의 갭, 즉 건강한 형태의 열등감입니다. 이 갭을 느끼지 못하면 도전 동기(achievement motivation)도 생기지 않습니다. 아동 발달 연구에 따르면, 적정 수준의 불일치 경험은 학습 동기와 과제 지속성을 높이는 긍정적 자극으로 작용합니다.

    실제 상담 현장에서도 "우리 아이는 뭘 하다가 조금만 안 되면 바로 포기해요"라고 호소하는 보호자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확인해보면 이전에 좌절 장면에서 어른이 개입해 감정을 눌러버린 경험이 반복된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짜증을 느끼고, 멈추고, 조절하고, 다시 시도하는 이 사이클 자체가 아이에게는 훈련이 됩니다. 어른의 역할은 그 사이클이 돌아갈 수 있도록 옆에서 차분하게 기다려주는 것입니다. "잠깐 멈춰. 조절되면 다시 해보자." 이 짧은 말 한마디가 아이에게는 감정 조절 능력을 쌓는 실습이 됩니다.

    요약: 열등감은 성장의 동기입니다. 짜증을 억압하기보다 아이 스스로 조절하는 경험을 반복하게 도와주는 것이 감정 조절 능력 발달의 핵심입니다.

     

    아들의 행동을 바라볼 때, 행동 자체보다 그 행동이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훨씬 정확한 접근입니다. 승부욕은 감정 조절 미숙의 신호이고, 공격적 놀이는 기질의 표현이며, 열등감은 성장의 에너지입니다. 이 세 가지는 없애야 할 결함이 아니라, 올바르게 다뤄야 할 발달 과정입니다. 아들을 키우는 일이 때로는 버겁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아이의 행동이 낯설어서가 아니라 그 행동을 해석하는 언어가 부족해서일 수 있습니다. '저 아이는 왜 저럴까'에서 '저 아이가 지금 무엇을 배우는 중일까'로 시선을 조금만 옮겨도, 교육자의 자세는 눈에 띄게 달라집니다. 그 작은 전환이 아이에게는 훨씬 큰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FLeOhVoVy2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