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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년 가까이 상담 현장에서 부모와 자녀를 만나왔습니다. 그 시간 동안 가장 자주 들은 말은 "도대체 왜 저러는 걸까요?"였습니다. 그리고 가장 자주 목격한 장면은, 부모는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아이는 전혀 다른 것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이 글은 그 간극을 처음으로 실감하게 해준 한 아이와의 상담 이야기입니다.

    아이의 문제행동 뒤에 있던 것


    학교 문제와 가정 내 갈등으로 상담실을 찾은 청소년이 있었습니다. 부모님, 특히 아버지는 아이가 하루빨리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오기를 바랐습니다. 몇 차례 상담이 이어진 후, 저는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부모님이 널 사랑한다고 느끼니?"

    아이의 대답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잘 모르겠어요. 그런 느낌을 받았다는 기억이 별로 없어요." 그 말이 상담실 안에 조용히 가라앉았습니다.

    부모님은 분명히 아이를 사랑했습니다. 잘 먹이고 잘 입히고, 좋은 유치원과 좋은 학교에 보내고, 필요한 것은 어떻게든 마련해 주셨습니다. 사랑의 양이 부족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사랑이 전달된 방식에 있었습니다.

    여기서 애착이란 개념이 중요합니다. 애착이란 아이가 특정 대상과 정서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내면의 확신을 말합니다. 아이가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실제로 경험해야만 형성되는 것으로, 부모의 노력이나 희생의 크기와 항상 비례하지 않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아동 발달 가이드라인](https://www.who.int/news-room/fact-sheets/detail/child-development)에서도 아이의 정서 발달에서 양육자와의 정서적 반응성이 물질적 제공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문제행동을 보이는 청소년 중 상당수는 반항이나 무기력의 이면에 이 애착의 공백을 안고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행동은 신호일 뿐, 그 밑에 있는 것을 먼저 봐야 한다는 걸 이 아이가 다시 한번 가르쳐줬습니다.

    낚시에서 꺼낸 기억

    아빠와 함께한 낚시


    몇 번의 상담이 더 이어진 후, 저는 질문을 바꿨습니다. "어릴 때 기억나는 좋은 순간은 없어?" 처음엔 "없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래도 저는 기다렸습니다.

    그러다 아이가 한 장면을 조심스럽게 꺼냈습니다. 아주 어릴 때 아버지와 함께 갔던 낚시였습니다. 그 기억을 이야기할 때만큼은 아이의 눈빛이 달라졌습니다.

    "물고기를 많이 잡아서 좋았어?"

    아이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잠시 생각하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밤에 고요했거든요. 약간 무섭기까지 한 분위기였어요. 그런데 제겐 아빠가 계셨어요. 든든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그땐 아빠가 나를 좋아하는 것 같았어요."

    상담실엔 다시 침묵이 잠깐 있었습니다. 아이가 기억한 것은 낚시가 아니었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있었던 시간, 그 시간 속에서 느꼈던 특별함,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처럼 대우받았던 경험이었습니다.

    여기서 정서적 가용성이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정서적 가용성이란 부모가 아이 곁에 물리적으로 있을 뿐 아니라, 아이의 감정과 필요에 실제로 반응하고 연결되어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미국 소아과학회(AAP)의 발달 연구 자료](https://www.aap.org/en/patient-care/ages-stages/emotional-wellness-and-resilience/)에 따르면, 부모의 정서적 가용성을 경험한 아이들은 스트레스 상황에서의 회복력이 높고, 청소년기 문제행동의 발생 비율도 낮게 나타납니다.

    아이들이 오래 기억하는 것은 부모가 자신을 위해 얼마를 썼는지가 아닙니다. 부모와 함께 있을 때 어떤 느낌이었는지입니다. 이 사실 하나가 30년 상담 현장에서 제가 가장 반복적으로 목격한 진실이기도 합니다.

     

    사랑받는 느낌을 되돌려주는 방법


    그래서 저는 아버지께 조심스럽게 제안을 드렸습니다. "아이와 낚시를 한번 다녀오시면 어떨까요?"

    황당해 하는 반응은 예상보다 강했습니다. "지금 아이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데 낚시를 갑니까? 상담을 통해 빨리 좋아지게 해야죠. 지금 놀러 갈 때가 아닙니다." 아버지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되었습니다. 자녀가 힘들어할 때 부모는 본능적으로 문제 해결을 먼저 떠올립니다.

    그래서 저는 한 가지를 말씀드렸습니다. 관계가 회복되면 문제는 생각보다 빨리 풀기 시작한다고요. 낚시 자체가 치료는 아닙니다. 낚시가 상징하는 것, 즉 함께 있는 시간, 서로에게 집중하는 시간, "나는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핵심이었습니다.

    다행히 아버지는 마음을 열었습니다. 두 사람은 함께 낚시를 다녀왔습니다. 기적처럼 모든 문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변화는 시작되었습니다.

    - 아이의 표정이 달라졌습니다.
    - 아버지를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습니다.
    - 무엇보다 두 사람 사이에 대화가 생겨났습니다.

    사춘기 자녀에게 필요한 것은 때로 더 많은 충고도, 더 정밀한 관리도 아닙니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는 말을 믿을 수 있는 경험입니다. 그리고 그 경험은 생각보다 거창하지 않습니다. 함께 낚시를 가는 것일 수도 있고, 아무 목적 없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관계 치료적 접근이란 문제 행동 자체를 직접 수정하려 하기보다, 부모-자녀 관계의 질을 회복함으로써 아이의 내적 안정감을 높이는 방식을 말합니다. 아이가 안전하고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경험할 때, 문제 행동은 그 필요성을 잃어가게 됩니다.

    아이들이 진짜 원하는 것은 완벽한 부모가 아닐 수 있습니다. 함께 있어주는 부모, 그리고 그 시간 안에서 "나는 중요한 존재야"라는 느낌을 주는 부모일 수 있습니다. 그날 아이가 낚시에서 기억한 것은 물고기가 아니라 아버지의 존재였고, 그 존재가 주었던 사랑의 느낌이었습니다. 사랑은 설명보다 경험을 통해 더 깊이 전달됩니다. 30년의 상담 현장이 저에게 가르쳐준 가장 단순하고 가장 중요한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