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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이런 장면이 낯설지 않으신가요? 아이가 친구를 때리고 돌아왔다는 연락을 받은 날, 단단히 혼을 냈습니다. 다음 날도 같은 전화가 왔습니다.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걸까?' 엄격하게 대해도, 달래도, 규칙을 정해도 행동이 바뀌지 않는 상황. 저도 유치원 현장에서 정확히 그 벽 앞에 서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깨달은 것이 있었는데, 문제는 행동 자체가 아니라 그 행동 아래에 있는 마음이었습니다.

행동 이면 — 공격성은 어디에서 출발하는가
아동의 공격적 행동을 마주할 때, 많은 양육자와 교육자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질문은 "왜 통제가 안 되는가"입니다. 그러나 이 질문은 출발점이 틀렸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행동주의 심리학에서는 외현적 행동(overt behavior)만을 다루지만, 아동 임상 현장에서는 행동 이면의 기능적 동기(functional motivation)를 먼저 파악하는 것을 우선 과제로 삼습니다. 여기서 기능적 동기란 특정 행동이 아이에게 어떤 심리적 보상을 제공하는지를 의미합니다. 공격성이 반복된다면, 그 행동이 아이에게 무언가 효과적인 결과를 돌려주고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초등 저학년 아동 중에는 신체적으로 또래보다 크고 힘이 강한 경우, 자신의 존재감을 힘의 과시를 통해 확인하는 패턴을 형성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나쁜 아이"여서가 아니라, 그 아이가 자신이 빛날 수 있는 영역을 힘이라는 도구에서 찾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행동 교정 이전에 그 동기를 정확히 읽어내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사례가 있습니다. 저는 유치원 2세 반에서 과잉행동으로 반 전체를 어렵게 만들던 아이를 담당한 적이 있습니다. 다문화 가정이었고, 아버지는 가정에 소홀했으며, 어머니는 낯선 나라에서 적응 중이었습니다.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발달 시기에 언어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말로 소통이 어려우니 행동으로 전달하려 했고, 그것도 통하지 않는다고 느끼면 바닥에 머리를 박는 자해 행동까지 이어졌습니다. 이 경우 공격성의 기능적 동기는 힘의 과시가 아니라 연결과 소통의 욕구였습니다. 같은 외현적 행동이라도 그 이면이 전혀 다를 수 있다는 것, 이것이 핵심입니다.
미국소아과학회(AAP)는 아동의 반복적 공격 행동을 평가할 때 환경적 맥락, 언어 발달 수준, 애착 관계를 복합적으로 검토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미국소아과학회(AAP)). 드러난 행동만으로 아이를 판단하는 것은 진단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셈입니다.
결국 첫 번째로 물어야 할 질문은 "이 아이가 왜 이렇게 행동하는가"가 아니라, "이 아이는 무엇을 이 행동으로 얻으려 하는가"입니다. 그 답을 찾기 전까지는 어떤 훈육 방식도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습니다.
인정 욕구 — 아이가 진짜 원하는 것을 먼저 읽어야 한다
공격적 행동을 보이는 아동 중 상당수는 실제로 인정 욕구(need for recognition)가 매우 높습니다. 여기서 인정 욕구란 자신이 가치 있고 능력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타인에게 확인받고자 하는 심리적 욕구를 의미합니다. 이 욕구 자체는 지극히 정상적이며, 문제는 욕구가 아니라 그것을 충족시키는 방식에 있습니다. 아이가 "제가 1등이에요"라고 말하거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한 영역에는 아예 발을 들이지 않는 행동 패턴이 이와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실제 상담 현장에서 이런 사례를 접한 적이 있습니다. 한 아이에게 아무 그림이나 그려보라고 했더니 처음에는 작은 총을 그렸습니다. 그런데 상담자가 더 크고 정교한 총을 그리자 아이는 곧바로 자신의 그림을 지워버렸습니다. '내가 지면 차라리 참여하지 않겠다'는 심리가 그대로 드러난 장면이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아버지가 45 레벨까지 키운 게임을 아이가 전혀 하지 않는 것도 설명됩니다. 처음부터 이길 수 없는 영역에는 진입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것은 게으름이 아니라 자기 보호 기제(self-protection mechanism)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아이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순서가 중요합니다. 가르치기 전에, 아이가 보여주고 싶은 것을 충분히 보아주는 시간이 먼저 있어야 합니다. "넌 그거 하지 마"가 아니라 "그거 한번 보여줄래?"가 먼저입니다. 아이가 자신의 힘과 에너지를 드러낼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줬을 때, 그 이후에 하는 한마디가 실제로 아이에게 닿습니다.
저는 유치원 현장에서 경험한 그 아이에게도 비슷한 방식을 적용했습니다. 장난감을 독차지하고 소리를 지르던 아이를 격리한 뒤, 스스로 장난감을 치우는 과제를 줬습니다. 무조건 명령이 아니었습니다. 아이가 치우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순간, 저도 함께 치우면서 "선생님이 봤어, 네가 하려고 했잖아"라고 말했습니다. 그 짧은 한마디가 라포(rapport) 형성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라포란 신뢰와 공감을 바탕으로 한 정서적 연결 관계를 뜻합니다. 이 연결이 생긴 이후에야 규칙이 아이에게 의미 있게 전달되기 시작했습니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억눌러야 할 대상이 아닙니다. 그 마음이 올바른 방향으로 표현될 수 있도록 길을 내어주는 것, 그것이 양육자와 교육자의 역할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아동 정신건강 지침에서도 아동의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을 강화하는 긍정적 경험의 축적이 문제행동 감소에 유의미한 효과를 나타낸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출처: 세계보건기구(WHO)).
- 아이가 잘할 수 있다고 느끼는 영역에서 작은 성취를 반복 경험하게 한다.
- 그 성취를 구체적으로 인정해 준다. "잘했어"가 아니라 "끝까지 했잖아"처럼 과정을 명명해 준다.
- 아이가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을 먼저 충분히 받아준 뒤, 방향을 조정하는 순서를 지킨다.
-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내가 노력해서 무언가를 이루는 경험이 진짜 강함이라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전달한다.
자기조절 — 힘을 억압하지 않고 정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많은 양육자들이 이 지점에서 한 가지 오해를 합니다. "그러면 그냥 놔두란 말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과 잘못된 행동을 허용하는 것은 완전히 다릅니다. 핵심은 자기 조절(self-regulation)입니다. 여기서 자기 조절이란 충동적인 반응을 억제하고 상황에 맞는 행동을 선택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이 능력은 가르쳐야 발달합니다. 그리고 가르치는 방식이 결과를 결정합니다.
검토 결과, 힘으로 힘을 제압하는 방식은 단기적으로 행동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방식은 아이에게 전혀 다른 무언가를 동시에 학습시킵니다. '나보다 강한 존재가 나타나면 굴복하게 된다'는 서열 논리, 그리고 '힘이 있으면 약한 존재를 통제해도 된다'는 잘못된 인과관계입니다. 아이가 더 자라 양육자보다 신체적으로 강해지는 순간, 이 방식의 효과는 소멸됩니다. 그리고 그때는 훨씬 더 큰 문제를 마주하게 됩니다.
실제 사례를 보면, 톱질이나 망치질처럼 힘을 체계적으로 분배하여 일정 시간 동안 집중해야 결과를 얻을 수 있는 활동이 이 유형의 아이에게 효과적이었습니다. 충동적으로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것이 아니라, 힘을 규칙 안에서 오랫동안 유지하고 분배해야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경험을 반복하게 되면, 이것이 자기 조절 능력의 실질적인 훈련이 됩니다. "힘을 쓰지 마"가 아니라, "힘을 제대로 써봐"라는 접근의 차이입니다.
이 과정에서 양육자나 교육자가 흔들리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가 충동적인 모습을 보일 때, 상대방도 함께 흥분하거나 감정적으로 맞서면 그 순간 아이는 서열 논리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됩니다. 꺾이지 않되 꺾을 필요도 없이, 그냥 담담하게 받아주는 것. 그 태도가 아이에게 가장 효과적인 모델링(modeling)이 됩니다. 여기서 모델링이란 타인의 행동을 관찰하고 이를 자신의 행동으로 내면화하는 학습 방식을 의미합니다.
'아이를 가르칠 수 있는 위치'에 서 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아무리 정확한 내용을 전달해도 아이에게 닿지 않습니다. 영향력이 생긴 자리에서 나온 한마디가, 그 어떤 반복 훈육보다 강하게 작동합니다. 저도 그 유치원 아이와 함께 장난감을 치우고, 아이가 스스로 해내는 순간을 옆에서 지켜보고 나서야 비로소 규칙 이야기를 꺼낼 수 있었습니다. 그 순서를 지킨 것이 전부였습니다.
공격적인 아이를 마주할 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더 강한 규칙도, 더 엄한 훈육도 아닙니다. '이 아이는 지금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라는 질문 하나입니다. 같은 행동이라도 그 이면의 욕구는 아이마다 다르고, 그 욕구를 읽지 못한 채 행동만 교정하려 하면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드러난 행동 뒤에 있는 마음을 먼저 읽어주는 어른이 곁에 있을 때, 아이는 비로소 변화할 준비를 갖추게 됩니다. 그 한 걸음을 먼저 내딛는 것, 그것이 진짜 훈육의 시작입니다.